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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⑭ 소쩍새

입력 : 2016-07-21 14:23:00
수정 : 0000-00-00 00:00:00

13일의 금요일 밤, 소쩍새

 



소쩍-소쩍. 우리동네는 한여름 밤이면 소쩍새 소리가 들린다.

 

소쩍새는 몸길이 20cm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올빼미과 새 중에서 가장 작다. 생김새는 동그랗고 노란색 눈에 갈고리 모양의 부리, 귀 깃이 있는, 영낙 없는 올빼미과의 새처럼 생겼다. 소쩍새는 세컨더리 캐비티 네스터스(secondary cavity nesters)다. 세컨더리 캐비티 네스터스란 자연적으로 생긴 구멍, 다른 새들이 만든 구멍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새를 말한다. 솔부엉이, 파랑새, 원앙이 대표적이다.

 

2007년 13일의 금요일 밤에 만났던 소쩍새 새끼

나는 소쩍새와 인연이 많아 여러번 마주칠 수 있었다. 소리는 쉽게 들려도 그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은데도 말이다.

 

며칠 전 새벽녘 처음 듣는 이상한 소리가 나서 밖에 나가보았다. 둥지로부터 새끼를 유인하려는지 어미 소쩍새 한 마리가 내 방 창문가 참죽나무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 랜턴을 조심스럽게 비추어도 날아가지 않아 한밤중에 소쩍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또 한 번은 2007년 13일의 금요일 밤의 일이다. 서양 사람들은 13일의 금요일을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날 엄마와 아빠가 산책하시는 중에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알려줘, 소리가 나는 장소에 도착해보니 숲에서 쉑-쉑-하고 마치 화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맹금류 새끼 소리인가? 처음 듣는 소리에 호기심이 생겨 다시 랜턴을 가져와서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비춰보았다. 그런데!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소쩍새 새끼가 머리를 뱅글 뱅글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카메라와 쌍안경을 가져왔다. 이 장면을 놓칠 수 없었다. 내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어미가 배고픈 새끼에게 계속 먹이를 물어다 주었다. 덕분에 어미와 새끼를 동시에 만날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작아서 놀랐고(내주먹만했다), 2007년도에 꼭 보고싶은 새리스트에 적혀 있던 새라서 그 장면 자체가 꿈을 꾸는 듯 너무 신기했다.

 

 

13일의 금요일은 행운의 날

그 날은 분명 13일의 금요일 밤이었다. 이후 나에게 13일의 금요일은 행운의 날이 되었다. 나는 이날 촬영한 사진을 인화해서 소중한 지인분들께 선물한다. 소쩍새 덕분에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하거나 커버 사진으로 사용하는데, 정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 이 글을 읽고,이 사진을 보는 독자분들, 그리고 내가 사진을 선물한 분들이 행운 가득 하시길 바란다!

 

2년전 회화나무 아래로 떨어진 소쩍새 새끼

또 한번은 2년전 일이다. 우리 동네에는 오래된 회화나무 두 그루가 있다. 하나는 우리집 위쪽, 또 한그루는 건너 마을에 있다. 하루는 회화나무 옆에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잠자리채에 새 한 마리를 넣어 오셨다. 자세히 보니 소쩍새 새끼였다. 회화나무 아래로 떨어져 여러 마리 까치 떼에게 공격당하고 있었다고 하셨다. 까치밥이 되기전에 꾸룩새연구소로 구조해주신 셈이다. 반나절 정도 돼지고기를 먹이며 안정을 취하게 한 뒤, 그날 밤 소쩍새 새끼를 회화나무로다시 가져다 올려주었다. 놓아주자마자 어미가 먹이를 주기위해 사냥한 나방을 부리에 물고 날아왔다. 새끼와 어미가 상봉하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소쩍새들은 잘 살고 있을까? 앞으로는 또 어떤 소쩍새를 만나게 될까? 연구소 뒷산에 달아준 인공둥지에 번식하는모습을 보여줄까?

 

 

 


조류 소개꾼 정다미

꾸룩새연구소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제비연구 중

 

 

 

#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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